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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dada_하고 싶은거 다 하다
일단, 먼저 같이 살고 있습니다. 본문
나와 뀨는 아직 결혼식은 아직 안 했지만, 먼저 같이 살고 있다. 작년 새해가 시작할 때쯤 나는 자취를 하겠다고 집을 나왔다. 집을 나와 산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어가고 있다. 분명 나 혼자 자취하려고 시작하고 독립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같이 살게 되었다. 처음에 뀨가 자취하는 남자였다. 나는 부모님과 사는 여자였고. 뀨 자취방에 참 많이도 갔던 것 같다. 퇴근하면 가고, 쉬는 날도 가고, 뀨 퇴근 시간 맞춰서도 가고. 시간이 없는 뀨를 위한 배려와 뀨 집에 혼자 있는 게 좋아서 참 많이도 갔다. 데이트도 데이트지만, 어쩜 뀨가 없을 때 그 공간을 나 혼자 차지하고 싶어서 그렇게 자주 갔는지도 모르겠다. 혼자만의 공간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쓰는 게 참 좋았다. 그래서 나도 집을 나왔다. 뀨의 자취방과 나의 자취방은 차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제주도에선 꾀나 먼 거리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다 보니 뀨를 보러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그러면서 뀨가 우리 집으로 오는 횟수가 늘었다. 뀨의 짐도 하나둘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오피스텔이 훨씬 편하긴 하지만, 맥시멀리즘 뀨에겐 그 집이 너무 좁았는지 그 집에 큰 공간을 차지하는 것들을 내 집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결국 나의 자취방이 뀨와 나의 공용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뀨의 자취방은 결국 정리하고 우리는 한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
나 혼자 살기엔 정말 충분했던 공간이었는데 뀨의 등장으로 지금은 조금 작나 싶게 살고 있다. 거실은 작업실이 되었다. 한쪽 벽면은 뀨와 나의 PC와 책상이 들어섰고, 다른 한 면은 뀨 건반이랑 악기들 소파에 가운데 테이블까지 들어오고 나니 정말 좁아졌다. 본격적으로 뀨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된 건 10월. 벌써 3개월 넘게 함께 했다.
뀨와 함께 살면서 좋은 점은 같이 있다는 것이다. 꼭 만나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같은 공간에 있다는게 좋다. 아무 때나 이야기할 수 있고, 아무 때나 만날 수 있고. 지금도 옆에 소파에서 자고 있는 뀨한테 장난칠 수 있어서 좋다. 같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우리에게 있어 가장 좋은 점이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 함께 그 생각을 나누고 발전해 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또한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감시자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혼자 있었다면 분명 침대에 누워 있었을 텐데 옆에 누군가가 있어서 그런지 자꾸 뭘 더 해야 할 것만 같다. 게으르고 싶지가 않다.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뭐든 하게 된다. 뀨도 그렇다고 한다. 내가 옆에 있으면 뭘 더 하고 싶어 진다고. 서로 발전하는 관계가 되고 있다. 그리고 혼자 있었으면 외로웠겠지? 자취를 하고 있지만 자꾸 엄빠집에 가려고 했을 테지만 이 공간 안에 누군가 있다는 게 그렇게 좋다. 옆에서 뀨가 자고 있는데도 외롭지가 않다. 외롭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허전함이 없다. 따뜻하다. 지금 나의 느낌이 이렇다. (보일러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ㅋ)
재밌는 점은 나에 대해 그리고 뀨에 대해 다른 점들을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뀨랑 내가 비슷한 듯 굉장히 다르다. 혼자 잘 놀거나 남 신경 안 쓰는 거나 뭐 이런 건 비슷하지만, 첫 번째 살림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나도 몰랐는데 자취하면서 알게 된 스타일이긴 하다. 뀨는 어지럽히고 벌겨놓는 스타일이라면 나는 의외로 바로바로 정리하는 스타일이었다. 살림 스타일은 나에게 맞추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모든 걸 뀨가 나에게 맞춰주고 있긴 하다. 내가 하나하나 가르치고 고쳐나가는 것들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가 부부가 될 거지만, 가족 간에도 공동생활의 기본은 지켜야 하니까. 집에 들어오면 옷걸이는 옷걸이에, 빨래는 빨래통에 쓰레기는 쓰레기 통에, 먹고 나면 설거지는 바로바로, 물건은 쓰고 나면 제자리에. 당연한걸 안 하는 거라서 혼내면서 알려주고 있는데 실은 나도 엄빠랑 살 땐 이게 안됐었다가 이렇게 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매일 말했더니 변하긴 한다. 옷은 이제 옷걸이에 걸어둔다. 시키면 바로바로 한다. 이게 참 이쁘다. 늑장 부리거나 화내거나 짜증 없이 시키면 바로바로 한다. 이런 면에서 뀨는 같이 살기 참 좋은 남자다.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결혼 전 우리의 관계가 더 끈끈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데이트하면서 연애할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나에게 우선순위 상위에 뀨가 놓이고 있다는 게 내 사람이구나 싶다. 친구랑 놀거나 가족이랑 보내는 시간이 우선이었다면 집에 있을 뀨부터 생각이 나서 집에 일찍 들어가게 된다. 엄빠 집에 가는 목적이 원래는 내 배 채우려고 가려고 했다면, 지금은 뀨한테 어떤 맛있는 걸 줄까 찾으러 가고 있다. 결혼 전에 이렇게 살아보면서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란 걸 느끼게 되어서 좋다. 먼저 살아보고 이건 진짜 아니다 싶어서 끝낼 수도 있지만 좋은 사람이랑 살아보니 정말 좋은 사람임을 알아가고 있다. 나 또한 뀨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줘야지 하고 생각한다. 같이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일단 먼저 같이 살아 보니 빨리 결혼식 올리고 싶다. 당장 지금 해버리고 싶다. 같이는 살고 있는데 결혼식이 남아서 결혼식 준비로 신경 쓰는 게 더 스트레스다.
그냥 살아보고 괜찮으니 결혼도 해버렸습니다.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
하고 싶지만 우리에겐 관행이란 게 남아 있어서 결혼식을 남겨두고 있다. 아직 두 달도 안 남았는데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결혼식 이후에 우리의 생활이나 생각은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일단 먼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을 일찍부터 같이 지내는 건 정말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더 확신이 들고 더 좋아지고 더 애틋해지거든요. 제가 느끼고 있으니까요.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일단 같이 살아보세요. 정말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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