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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하다, 나의 결혼 이야기

두근두근 양가 부모님의 첫 만남(상견례)

하다다_ 2021. 10. 1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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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과 뀨네 부모님의 첫 만남의 자리.
결혼식은 제주도에서 하기로 해서 상견례는 강원도에서 하기로 했다.

제주도에서 옥돔이랑 꿀이랑 들고 강원도로 날아 갔다.

 

상견례 : 일반적으로 결혼 전 양가 식구가 만나 서로 대면하고 인사하는 것

 

 양가 식구가 대면한다고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형제자매를 제외한 양가 부모님과 신랑 신부가 될 우리 이렇게 6명이 만났다. 다른 집들은 상견례에서 결혼 날짜도 정하고, 결혼식 장소도 정하고 뭐 이런 저런 것들을 의논한 하던데 우리는 이미 다 결정하고 다 진행한 상태에서 마지막에 상견례를 했다.

 

 상견례 날짜가 잡힐 때부터 나는 엄마에게 제발 LED 마스크랑 비타민 크림 매일매일 바르라고 했다. 선크림도 매일매일 바르고 피부 관리하라고 했다. 왜냐면 뀨네 엄마인 예비 시어머니께서는 되게 날씬한 도시 여성 분이셔서 분명 정장을 입고 올게 분명했다. 아줌마 몸매에 촌 엄마인 우리 엄마랑 혹시 비교될까 봐서. 우리 엄마가 더 이뻤으면 하는 맘에 엄마한테 엄청 말했다. 살 좀 빼고 구두도 신고 세련되게 입고 가자고. 

하지만, 엄마는 무슨 비행기도 타고 차도 타고 가야되는데 불편하게 그렇게 어떻게 입고 가냐며 편안하지만 약간 꾸민듯하게 입고 가자고 했다. 그래서 구두는 신었고, 떠나기 며칠 전에 상견례+여행 룩으로 쇼핑도 했다. 이 정도면 뭐 나쁘지 않겠다 싶을 정도의 꾸안꾸 차림으로 상견례 자리에 나갔다. 

 

 상견례 장소는 한정식 집. 원주 대표 상견례 장소라고 했다. 여기 식당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이라서 스타킹도 양말도 안신고 왔던 나는 당황했다. 스타킹 신고 구두 신을걸 ㅠㅠ 맨발로 들어가기가 좀 민망했다. 예의 없어보일까봐.. 도착해서 시어머님과 먼저 인사를 나누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시부모님께서는 정장으로. 시어머니는 투피스로 딱! 시아버님도 정장에 넥타이까지 딱! 나란히 서있는데 우리 엄마, 아빠가 나이 들어 보여서 속상했다 흑흑ㅠㅠ우리 아빠도 충격이었는지 상견례 중간 중간 굉장히 젊으시다고 몇 번을 말하고 상견례 끝나고 나서도 나한테 사돈께서 굉장히 젊으시다고 엄청 말씀하셨다. ㅋㅋㅋ

 

 서로 인사를 나누고 식사 시작. 코스로 음식이 하나씩 하나씩 나왔다. 그리고 술 좋아하시는 두 아버지께서는 마주 앉아 계속 술을 따라 마셨다. 상견례 자리에서 술을 어떻게 따라 드려야 하는지 그제야 궁금해졌다.우리가 먼저 따라 드려야 하는 걸까? 아버님들끼리 서로 따라 마셔야 하는 걸까? 어느 타이밍에 술을 따라 드려야 하는 걸까? 상도 너무 크고 거리도 너무 멀어서 술을 따라 드리려면 일어나서 옆으로 가서 따라 드려야 했다. 그러기엔 아버님들 속도에 맞췄다가는 자리 돌아오면 다시 일어나서 술 따라 드리러 가야 할 판이었다. 이런 거 검색하거나 친구들한테 좀 물어보고 갈걸. 어른들이랑 술을 안 마셔 봐서 술 예절에 대해 몰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라. ㅠㅠ

그래서 술은 눈치 껏 비어있는 거 보이면 가서 따라 드리고, 아빠들끼리 따라 마시라고 놔뒀다. 우리와 아버님들 사이 가운데에 계셨던 술을 못하시는 엄마 두 분. 아빠 두 분은 술 따르라고 눈치 주는 것 같고, 엄마 두 분은 술 적당히 마시라고 눈치 주는 것 같고. 어쩔 줄 몰라하는 척 하면서 뀨랑 나랑 둘이 알아서 잘 먹었다 😁

 

상견례에서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우선 양가 부모님께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서 대부분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좋지 않은 점들을 서로 공유했다. 부모님들의 형제 자매가 몇 명인지도 말하고, 두 아빠가 술을 좋아해서 술을 못하는 두 엄마의 이야기 공유. 코로나로 인해 술을 못 마시게 돼서 너무 좋다는 두 엄마와 코로나 때문에 매번 술 마실 데가 없다고 아쉬워하는 두 아빠. 굉장히 일상적인 말들이 많았다.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뀨가 집안일을 못해서 걱정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뀨네 할머니께서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는 걸 용납을 안 하셔서 뀨가 설거지도 안 하고 살았다고. 나도 실은 그게 걱정이긴 한데, 시키며 잘하니까 다행이라고 했다. 지난번에 우리 부모님 집에서 같이 저녁 먹었을 때 설거지는 뀨가 했다고 말했는데, 뀨네 부모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하다. 뀨네 부모님께서는 나가서라도 그렇게 하니까 정말 다행이라고 말씀해주셨지만, 속상하셨을 것 같다. 

뀨네 엄마는 뀨 이런 거 저런 거 흉봤는데 우리 엄마는 내 흉 하나도 안 봤다. 내가 엄마한테 "엄마도 같이 나 흉봐야지!" 이랬는데도 뭐 딱히 흉볼 게 없다고 했다. "역시 난 완벽하군!" 이렇게 말하곤 엄마한테 한 소리 듣긴 했지만 말이다 😂 

 

아빠들 두 분은 기분 좋게 마시면서 서로 범죄력 배틀도 붙었다. 에휴.. 아빠 둘 빼고 우리 모두 절레 절레. 😨😩

범죄력 배틀은 정말 절레절레 했지만 둘이 잘 맞아서 다행이기도 했다. 이 배틀에서 아빠가 술 마시고 벌금 얼마 냈다고 말하고 있는데 상대방에서 절레절레 하면서 말을 잊지 못했다면 나 정말 부끄럽고 창피할 뻔했는데 갑자기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더 큰 걸로 받아쳐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말 주변 없고 자꾸 맥 끊는 우리 아빠랑 대화해주셔서 말이다. 진짜 싸해질 뻔한 분위기 항상 살려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잘 지나갔다. 식당 마감 시간 때문에 더 있지 못하고 나왔는데 아빠 두 분 빼고 나머지 우리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차에 타서 숙소로 데려다주실 때도 내내 아쉽다고 더 맛있는 거랑 마시면 좋겠다고 계속 말씀하셨다. 나중에라도 둘이 붙여놓으면 큰일이겠다 싶었다. 강원도랑 제주도라 멀어서 다행이다. 전화만 하면 바로 만날 수 있을 거리였으면 두 아빠가 붙어서 종일 먹겠구나 싶은 느낌.

호텔 들어와서 아빠도 딱 소주 2병만 먹고 자면 딱 좋겠다고 말해서 그 시간에 편맥 사들고 호텔와서 마셨다. 뀨네도 집에 들어가서 또 새로운 파티를 열었다고 했다. 정말 코로나라서 다행이지. 

 

상견례 하고 엄마 아빠의 후기

아빠 : 진짜 너무 젊으시더라. 몇 살이라고?? 

엄마 : 진짜 날씬해 봤자 아줌마겠지 했는데, 그 정도까지 날씬할 줄 몰랐어.

이 소리 정말 많이 했다. ㅋㅋㅋ

그리고 뀨네 부모님이 참 잘 살아오신 분들 같다고, 참 좋으신 분들 이라고 했다. 이래서 뀨가 품성이 괜찮은 것 같다고, 이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면 괜찮겠다고 하셨다. 

뀨 한테 우리 부모님 뭐라고 하셨는지 물어 봤는데 뀨는 별 말을 안 한다. 별로 였나? 쳇!😤

 

역시 걱정 하나도 안 했는데 상견례도 잘 치뤘다. 예비 시부모님과 두번째 만남. 이번에도 좋았다. 참 좋은 분들이시다. 다행이지 우리 엄마,아빠랑은 또 다른 좋은 분들은 부모님으로 모실 수 있어서 말이다. 다음엔 나만 가서 부모님이랑 할머니, 할아버지도 뵙고 와야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원주까지 왔는데 나는 못 보고 가버려서 서운해 하셨다고 하셨다. 점점 가족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가족이 이렇게 늘어가는거구나.

우리 부모님들께 잘하자 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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