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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하다, 나의 결혼 이야기

서른 다섯, 결혼하기로 하다

하다다_ 2021. 9. 1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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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다.
서른 다섯 내 친구들의 반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고, 나머지 반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 결혼을 한 친구들중 몇몇은 이혼을 준비하는 친구도 있고,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들 중 몇몇은 비혼을 선언한 친구도 있다. 결혼 생각이 없었던 서른 다섯의 나는 왜 갑자기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걸까?

10대의 나는 "결혼 안하고 엄마아빠랑 옆에서 재미나게 살아야지" 했다.
20대의 나는 "결혼 할거면 빨리 해버려서 우리 엄마 처럼 젊을때 애들 빨리 키우고 여유롭게 은퇴하고 놀아야지" 했다.
서른 살의나는 "결혼 그거 뭐,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할거면 서른 다섯 전에는 해버리고 서른 다섯 넘으면 연애나 하면서 살아야지" 했다.
서른다섯의나. 서른다섯의 우리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것이다. 혼자 이렇게 편하고 잘먹고 잘살고 있는데 굳이 결혼해서 이 자유를 포기해야하나? 삶이 더 좋아지지 않고 더 어려워진다면 결혼을 왜? 혼자맘 편하게 사는게 좋겠단 생각을 할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이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대체 왜 결혼을 하려고 해서 이 자유를 포기하려 하려는 걸까?

2년 전뀨를 만나서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별 생각없이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 처음에야 좋겠지만 아마 곧 내가 또 헤어지자고 하겠지. 뀨한테 미안하지만 이런 생각을 연애 시작부터 했다. 시작하자마자 헤어질걸 생각하다니.. 나도 참... 처음부터 뀨는 내가 참 좋았나보다. 자꾸 결혼을 하자고 구애를 했다. 그때마다 나는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 결혼해서 뭐해, 지금도 좋은데. 나랑 결혼하고 싶은면 내가 너랑 결혼하고 싶게 만들어보던가, 그럼 결혼해 줄게" 이랬다. 나쁜여자네. 갑자기 뀨한테 미안해 진다. 자존심 정말 많이 상했겠다. (흑흑 미안해 자기)
내 핸폰 메모장에 "Think about 뀨"라는 폴더가 있는데 그때 그때 마다 뀨에 대한 생각이 적혀 있다.
그리고 내 일기장에도.

[Think about 뀨]📂

나는 과연 영규와 잘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될지 요즘 불안불안
내가 영규를 왜 만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영규는 나를 왜 만나고 있을까? 7.22

영규와 여행을 갔다 오고 영규에 대한 내 맘이 많이 커진 듯하다. 가서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화도 내고 그랬는데 고향 가서 그런지 휴가라서 그런지 진짜 찐 OO를 만난 느낌. 귀엽고 이쁘고 장난꾸러기 같고 ㅋㅋㅋ OO랑 더 붙어 있고 싶다. 이래서 여행이 좋은 거구나. 8.16

요즘엔 왜 이렇게 뀨가 보고 싶지? 자꾸 붙어있고 싶고 히힛 😙

OO를 무시하는 언행을 하지 말자. 같이 힘이 되어주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자. 맞다고 천재인거 같다고 그 생각이 좋다고 해주면 될걸 나도 생각한거 라고 그렇게 말해버리냐 바보 같이. 칭찬하고 용기 주고 같은 편 되어주기! 존중하기

OO의 장점. 영규는 말을 참 이쁘게 한다. 근데 또 쉽게 나를 잘 놀린다. 영규가 너무 착하고 이뻐서 나의 나쁜 행동을 바꾸고 싶게 한다.

OO와 만남에서 가장 크게 고민되는 부분이 결혼이다. 나는 결혼에 굉장히 괌심이 없는 사람인데 나에게 이렇게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나의 태도는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굉장한 겁쟁이였다. 결혼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자신이 없거 겁쟁이라서 피하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피해버리며 살아오고 또 계속 피하려고 하며 지내 왔는데 이젠 정말 안 되겠다. 영규한테 확실하게 해줘야지 이대론 안되겠다. 정말 겁쟁이라서 영규랑 못하겠으면 놓아주고 둘이 서로 잘 이겨내고 함께 하고 싶다면 확실히 알려주자. 애매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자

배고프면 나는. 왜 짜증이 늘어나는 걸까?? OO 눈치 보게 ㅠㅠ 짜증을 줄이자

뀨가 요즘 많이 피곤하고 힘들고 지친가 보다. 너무 열 일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또 보면 열심히 안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시간만 쓰는 스탈인거 아닌지 모르겠다. 뀨에게 힘을 주고 싶다. 활력이 되어주고 싶고. 너무 너 없이도 잘 지내고 잘 살아 이런 느낌 말고 말야.

연애 하고 싶다. 데이트 하고싶다. 꽁냥꽁냥 하고싶다

OO는 나랑 있을 땐 그렇게 늦게 자면서 나랑 없을 땐 너무 빨리 잔다. 이브닝엔 통화가 안 되는 뀨. 퇴근하는 나랑 전화하기가 싫은가 보다 쳇쳇

우리는 서로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너나 나나. 점점 말수도 줄어드는 것 같고. 연락은 더더욱 그렇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서로 노력 안 할 거 같아. 관계 유지에 대한 고민.

삶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성공을 하지 못하는 걸까? 삶의 균형이란 게 어떤지 모르겠지만 왜 나는 그렇지 못해야 하나... 지금 못 하는 걸 나중엔 할 수 있나? 나는 대체 OO한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건지

뀨한테 화를 냈다. 화낼 일이 아닌데. OO를 더 많이 사랑하고 먼저 생각하자. OO부터 생각안하니까 이런일에 화를 내게 된걸거다. 다시 생각해보니 화낼일이 아니었잖아. 괜히 기분이ㅜ나빠져버렸다ㅡ. 화 매지 말자

OO가 너무너무 이쁘다. 사랑해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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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에 적었던 내 생각을 좀 가져와보았다. 마지막은 사랑한다고 끝났구나. 다행이네.
여기에 보면 그때 그때 나의 감정들이 너무 잘 드러나 있다. 내가 이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엄청 실망하고 싫어했다가 엄청 좋아했다가. 왔다갔다.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정리가 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내가 뀨랑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나보다.

내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때 내 친구들은 정말 다들 놀랐다. 결혼 안할것 같던 내가 내 입으로 결혼을 하겠다고 하다니. 왜 결혼하냐고도 물어본 친구도 있었다. 대체 누구길래 내가 결혼할 생각이 들게 하냐고 물어본 친구도 있고. 내가 연애하고 있는줄도 몰랐던 친구도 있었다. ㅋㅋㅋ 그럴만도 한게 뀨랑 찍은 사진이나 뀨일거라고 추측될만한건 카톡 프사도, 인스타에도 단한번도 올린적이 없고 누가 물어보지 않으면 연애하는거 말하지도 않았다. 뀨는 나를 엄청 자랑하고 다녀서 뀨 주변 사람중엔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카톡 프사도 내 사진아니면 같이 찍은 사진으로 해두는데 이것도 참 다르네.

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참 한결같고 변함이 없다. 처음부터 나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이 변함이 없다. 메모장에 적힌걸 보면 전화가 안된다거나 연락이 없다고 적혀있는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전하다. 집에 들어가면 골아떨어져서 내가 늦게 끝나는 날에는 연락이 안되는것도 여전하고, 일할때는 일에 치여서 나한테 연락하는거 까먹는 것도 똑같고 변함이 없다 이런것도. 처음에 엄청 연락하다가 연락이 뜸해져야 서운한거지 뀨는 처음부터 이래서 서운해 할수도 없다. 이런것들 때문에 꽁냥꽁냥을 못해서 연애를 안하고 있는 느낌이라서 서운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아니 처음부터 그러려니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나보다. 이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것 같다.

이런 한결같은 것중 뀨는 감정도 참 한결같다. 감정기복이 정말 없다. 감정의 폭이 정말 장판 깔린 바다 같다. 내가 짜증을 내도 화를 내도 그냥 감정이 그대로. 나는 텐션이 진짜 미친듯 왔다갔다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같이 있으면 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냥 옆에만 있어도 편안한 기운을 자꾸 받고 있단 느낌이 든다. 이런 평온한 마음가짐 때문인지 말도 참 이쁘게하고 말이야. 또 말은 이쁘게 하는데 겸손하진 또 않아. 자신감이 엄청 높아서 지가 젤 잘난줄 안다. 남자는 자신감인데 이것도 갖춰버렸어. 적고 보니 정말 뀨 말대로 정말 완벽한 남자구나. 뀨네 부모님은 뀨를 어떻게 키우셨길래 이렇게 자랐을까? 성장과정이 궁금해지는 뀨다.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도 마음이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 모른다. 내가 왜 결혼하겠다고 한거지? 내가 잠깐 미쳤었나? 엎을까? 그러다가 또 잊어버리고 또 생각나고 이렇게 계속계속 하다가 결혼식장에 가 있겠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락 생각이 든다면 그냥 생각에서만 끝내지 말고 어떠한 결정을 내릴땐 정확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해야 한다. 결혼은 정말 신중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내려야하는 결정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눈떠 보니 결혼식장이었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되면 안되는데.
이런 스트레스 뀨도 있을까? 뀨도 맘이 왔다갔다 하고 있을까? 결혼할 마음을 먹고도 이런 많은 생각들을 하는데 결혼하고 사는 사람들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결혼을 진행했을지도 궁금하다.
엄마는 그래서 어릴때, 아무것도 모를때 시집 확 가버려서 그냥 살아버렸어야 했는데, 엄마딸은 알거 다 아는 나이에 시집갈거라서 생각이 너무 많아져버렸다. 생각이 많을 뿐이지 아직 내 결정을 뒤집을 마음은 아직 없다. 그냥, 아쉬움?

뀨 주니어도 궁금하고, 내 주니어도 궁금하고. 주니어가 생길지는 알수 없지만 뀨랑 잘 미래를 만들어 가보려고한다. 내가 올해 인생 계획한 글에 40대(결혼 10년차10년 차) 이런식으로 적어둔걸 보니 뀨랑 미래를 만드는 생각을 계속 하고는 있나보다.ㅋㅋㅋ ㅋ

뀨랑 정말 행복하게 살거다.
정말 매일매일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지만 난 뀨가 너무너무너무 좋다 😍


결혼하신 선배님들에게 묻고 싶다.


어떤 이유에서 지금의 남편분과 결혼할 생각을 하셨나요?
결혼하겠다고 결정하고도 이렇게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저만 이런가요?
지금 행복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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