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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dada_하고 싶은거 다 하다
예비 시부모님과의 첫 만남 본문
오늘은 남자 친구와 결혼을 약속하고 처음으로 남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러 갔던 날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 👨👩👦👦
뀨가 올해 초에 우리 집에 저녁을 먹으러 오겠다고 했다. 뭐 우리 만나고 있는 거 부모님한테도 알려야지 하는 맘에 우리집 저녁 식사에 오게 되었다. 맛있게 저녁도 먹고 차도 마시고 엄마는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엄마 : 그럼 우리 딸도 뀨 부모님 만나러 갔다 와야겠네~
뀨 : 네, 안 그래도 한번 데리고 가려고요.
매번 시집만 보내려는 엄마의 마음과 뀨의 맘이 통해서 그렇게 나는 뀨네 집으로 가게 되었다.
뀨가 우리 집에 오고 2-3달 뒤에 휴가 쓰고 여행 겸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뀨네 동네로 날아갔다.✈
인사드리러 가기 전 엄마의 조언
- 제발 살 조금이라도 빼고 인사드리러 가라
- 제발 가서 어른들이랑 친구 먹고 오지 말아라
이 조언은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정말 쪼금 살 빼고 나름 옷도 신경 써서 덜 뚱뚱해 보이고 덜 나이 들어 보이게 친구들과 엄마에게 의상 컨펌까지 받고 4월의 어느 날 강원도로 날아갔다.
뀨와 나의 계획 1일 차 우리끼리 놀고 저녁에 뀨 친구들 만나기, 2일 차 뀨네 부모님 만나기, 3일 차 오전에 쉬다가 집으로 돌아오기
공항에 도착했는데, 뀨네 엄마가 우리를 데리러 오셨다. 그렇게 생각지 못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약간 당황했지만, 당황한 티 내지 않고 인사 잘하고, 차 안에서 소소한 이야기도 나눴다. 공항까지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나 감사. 거기다 같이 놀 때 쓰라고 차도 내주셨다. 렌트할까고민했는데 아싸!! 드디어 조수석에 앉아서 편안하게남자 친구가 운전하는 차 타고 데이트했다. 역시 차는 남이 운전해주는 차 타고 다니는 게 젤로좋은 거다. 왜냐면 평소에는 뀨가 차가 없어서 내가 맨날 내차로 운전하고 다니다가 강원도에서 내가 운전 안 해도 돼서 너무 좋았다.
첫째 날,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드라이브도 하고 친구들 만나서 놀다가 호텔로 귀가.
둘째 날, 드디어 오늘. 뀨네 집으로 출발!
치마도 입고, 화장도 하고, 구두도 신고 꽃 바구니도 들고 ㄱㄱ🚗
진짜 떨렸다. 어떤분들이 실까, 가서 무슨 말을 하게 될까, 어색하면 어쩌나, 그리고 어른들께 못생긴 늙은 뚱땡이로 보일까봐 걱정도 살짝 됐다. 뀨네 집으로 들어가서 인사 드리면서 꽃 바구니 선물까지 전달. 마침 여기에 오기 전에 보내 두었던 오메기떡도 딱 도착해 있었다. 실은 꽃 바구니를 들고 갈 생각은 없었다. 인사 갈 때 어떤 선물 들고 갈지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나는 오메기떡 하나만 들고 가면 되겠다 싶어서 우리가 도착할 날짜에 맞춰 주문했는데 갑자기 배송이 지연돼서 예정된 날에 도착이 못 할 거라는문자를 받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른 선물 뭘 들고 가지 고민 고민하다 하다 꽃 바구니 준비하고 갔던 건데 이렇게 우리와 동시에 오메기도 도착하다니;;;; 누가 보면 어른들께 잘 보이려고 이것저것 준비한 예비 며느리인 줄 알았겠다. ㅋㅋㅋ
그렇게 내가 준비한 선물이 가득한 뀨네 집에서 뀨의 가족들을 만났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인사도 드리고 나의 정보도 알려드리고, 뀨 방에 들어가서 어릴 때 사진도 보고 점심도 먹었다.
전날 뀨네 친구들 만났을 때 뀨 친구들이 뀨네 집에서 어른들이랑 점심 먹을 예정이라고 하자 다들 반응이 별로 였다.
"아.. 아.. 집에서 점심을.... 음..... 굉장히 건강하게 드세요. 뭐, 어른들 계시니까....."
이런 반응이라서 대체 집 밥이 어떻길래 저런 반응일까 했는데 차려진 음식을 보고 친구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다른 반응. 촌 아이인 나에게는 굉장히 맘에 드는 상차림이었다. 메인 반찬 불고기에, 각종 나물들! 김치랑 기본 찬들도 너무너무 맛있고 좋았다. 반찬으로 두릅이 나왔는데, 우리 집에서 평소에 먹던 두릅이랑 맛도 향도 달랐다. 뀨네 집에 나온 두릅은 밭에서 따온 두릅이었다. 땅에서 자라는 땅두릅, 나무에서 자라는 두릅 두 가지가 나왔는데. 이런 종류의 두릅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제주도에서 먹었던 건 야생에서 자라는 산두릅이라 향도 맛도 굉장히 강하고 모양도 무섭고 투박하게 생겼는데 여기는 너무 이쁘게 생기고 맛있는 두릅이었다. 처음 먹어보는 나물도 있었다. 밥 먹으면서 신기해서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이 나물은 무슨 나물이예요? 저 이거 처음 먹어봐요. 우왕 신기해요. 우왕 맛있어요.😍
연발 ㅋㅋㅋ 나물 이름들은 생각나지 않지만 우리 집 집밥이랑 너무 비슷하기도 하고, 계절마다 집 텃밭에서 키운 나물들 따먹는 나에게 너무너무 딱 맞는 점심 식사였다. 한 그릇 뚝딱 하고 더 먹고 싶었는데 첫 만남이라 한 그릇만 먹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마음을 들켜버렸다.
할머니: 그 덩치에 그거면 되겠어? 한 그릇 더 먹지?
나 : 네, 저도 더 먹을 수는 있는데요. 오늘은 처음이니까 이 정도만 먹을게요.
다음에 오면 한 그릇 더 먹을게요!😄
하고 아쉬운 점심시간이 끝나고 뀨네 동네도 돌아보고, 뀨가 나온 학교도 가보고 이리저리 시간 보내고, 뀨네 엄마 아빠랑 집 밖으로 나왔다. 지금부터 뀨 여동생까지 합류! 같이 카페 가서 이런, 저런 말도 하고, 카페 가는 길도 신기해서 여기저기 둘러봤다. 제주도랑 확실히 다르구나. 정말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고, 그 산 절벽에 사람들이 클라이밍을 하고 있고, 그 산 계곡과 강변 주변에서 캠핑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주변이 내가 보던 곳들과 달라서 신기했다. 산 옆에 산 옆에 카페 , 카페 옆에 산. 이런 느낌. 이렇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저녁 먹으러 갔다.
저녁 메뉴는 송어회! 🐟 세상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민물고기다. 바다 회는 정말 많이 먹어봤지만 민물고기는 처음이라서 굉장히 설렜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아버님이 알려주셨다. 야채가 가득한 개인 그릇에 참기름, 초장, 땅콩 가루, 고추 냉이 넣고 쓱쓱 비벼서 회랑 같이 먹는 거다. 신기하군.😮 송어회 맛은 진짜 너무 맛있었다. 내가 이런 걸 아직까지 몰랐다니.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송어회가 너무너무 생각나고 송어회 먹으러 또 가고 싶다. 나중에 육지 가면 송어 회 맛집 투어 다니고 싶은 맘. 붉은 살의 생선인데 바다 향이 안 난다. 모습과 느낌은 연어 같은데 맛은 전혀 다르고, 참치 같은 느낌인가 싶었는데 또 전혀 다른 식감과 맛과 향.
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송어회가 또 생각나버렸다. 언제 또 가지 ㅠㅠ
(실은 강원도 놀러 가려고 휴가 받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가고 집콕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지금 송어회 먹고 있을 텐데 정말 아쉽다.)
회에 또 술이 빠지면 안 되지. 아버님이 술 한잔 하겠냐고 물어보셔서,
"네, 그럼 간단히 한잔 하겠습니다."
하고 소맥을 시작으로 어머님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회와 함께 술을 마셨다. 참 맛있는 저녁이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씩 하고 헤어지기로 했고, 뀨도 어차피 9시경에 약속이 있어서 그 시간까지 커피 마시다 가려고 카페 갔다. 각자 주문.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라떼,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러다.
"어? 소주도 있네? 그럼 나는 간단히 소주 한 병에 감자튀김 하나."
아버님의 이 말. 어머님이 엄청 말렸지만 듣지 않고 주문하시는 아버지.
순간 고민은 했지만,
나 : 술을 어떻게 혼자 마셔요! 저도 그럼 아아 말고 맥주 500 하나 주세요!
뀨 동생 : 그럼, 저도 맥주 500 한잔 주세요!
아들도 하지 않은 말을 처음 보는 아들의 여자 친구가 말을 해버렸다.
이렇게 5인 이상 집합 금지인 그 카페에서 술 마시는 테이블, 커피 마시는 테이블로 나눠져 야경을 보며 간단하게 마시고 일어났다. 이렇게 우리를 숙소로 데려다주시고, 나의 첫 예비 시 부모님과의 만남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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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끝나야 하는데.....끝나지 않았다.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 아버님이 자꾸 아쉽다고 하신다. 꼭 같이 가서 먹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신다. 뀨 동생에게도 어딘가를 가자고 하신다. 어머님은 또 어디를 가냐며 그만 마시고 집으로 가자고 하신다.
나 고민.🤨
'같이 한잔 더 하고 가자고 하는데 같이 따라가야 하나?', '아버님은 아쉬워하고 어머님은 그만 마셨으면 하시는데...'
나의 속마음
'한잔 더 마시면 좋겠다. 어차피 뀨 선생님 만나러 가면 나는 호텔에 혼자서 뀨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뀨 : 누구한테 잘 보여야 하는지 잘 생각해봐 ㅋㅋㅋ
나 : 어머님, 아버님! 둘 중에 누가 뒤끝이 없으세요?? 저는 누구한테 잘 보이는게 앞으로 좋을까요? 헤헤
아버지 : 나 뒤끝 없어!!
뀨 동생 : 뒤끝이야 아빠가 있지, 엄마가 무슨 뒤끝 있냐?ㅋㅋ
나 : 아, 그럼 오늘은 아버님한테 잘 보여야겠네요~^^ 어차피 5인 이상 집합 금지인데,
뀨 보내고 우리 4인으로 갈까요??? 그 맛있는 데는 어디예요??
이렇게 해서 약속 있던 뀨는 중간에 차에서 내리고, 나는 오늘 처음 보는 남자 친구네 가족과 함께 닭발에 소주 마시러 닭발 집에 갔다. 닭발도 먹고, 메추리도 먹고 소주도 먹고 술이 취해서 말은 더 많이 많이 했다. 중간에 약속 마치고 연락 온 뀨는 아직도 마시고 있냐며 우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고, 5인 이상 안된다는 말에 뀨는 와서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랑 앉아있지도 못하고 밖에서 술자리가 끝나길 바라며 기다렸다.
12시. 식당이 문 닫을 시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나왔다.
아침부터 꽉꽉 채워서 뀨네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었다. 우리를 숙소로 데려다주시고, 아버님도 참 즐겁게 술을 마셨나보다. 아들이랑은 이렇게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아들은 같이 술 안 마셔준다면서,
아버님은 그렇게 며느리 대신 사위를 얻으셨다.
헤어지면서도 한번 안아보자 하시면서 차에 내려서 나를 안아주셨다. 거기에 나는 또 그냥 가만히 있지 않고
"아버님, 우리 그럼 가슴 대 가슴으로 안아볼까요?
자! 팔 cross,
HEART TO HEART! heart to heart!
안녕히 주무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고 이번엔 진짜로 뀨네 가족과 헤어졌다. (저기서 내가 왜 heart to heart을 외쳤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이틀을, 뀨네 가족 친구들과 놀면서 참 재미있었는데, 뀨랑 단 둘이는 술을 못 마셨잖아. 그리고 오늘 하루도 평가 해야 되고. 그래서 그 답답했던, 치마와 구두를 당장 벗어던지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또 뀨랑 한잔 하러 나갔다.
오늘 하루의 평가. 참 재미있었다.
나는 내 가족이랑, 친척들이랑 이렇게 술 마시면서 노는 거 참 좋아한다. 전에 사촌 언니 결혼식이었을 때 가족들 다 같이 모였다. 뒤풀이 하려고. 술 마시는 젊은이는 비록 나랑 동생 뿐이었지만, 이모, 이모부, 삼촌들이랑 모여서 같이 술 마시면서 노는데 참 재미있었다. 가족끼리 마시면 친구들이랑 마실 때랑 다르게 정신 줄 놓고 마시지 않아서 참 좋은데 이걸 이날 뀨네 가족이랑 했다. (정신 차리면서 마시긴했나?? 이제 생각해보니 그냥 술 취해서 술 마신 것 같다.) 나는 우리 아빠랑 못 하는 걸 뀨네 아빠랑 하고, 뀨네 아빠도 아들이랑 못 하는 걸 나랑 하시고. 비록 어머님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시긴 했지만. 아마 뀨네 엄마도, 아빠도 굉장히 인상적인 하루였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캐릭터를 신선하고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음에 또 같이 놀고 싶다. 아직 우리가 법적으로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앞으로 분명 케미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모님도 그렇고 조부모님도 그렇고 동생도 그렇고.
잘 지낼거다! 아들 멀리 보낸거 후회하지 않게, 그리워하지 않게, 떨어져 있다고 느끼지 않게!
이 만남의 썰을 엄마한테 말하고 나는 등짝을 맞았다.
"내가 그렇게 친구 먹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 어!! 기어이 그러고 오냐?? 으이그!!!!"
친구한테도 "미친년"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뀨네 집밥 맛있는거 알았으니까 다른 이야기 좀 해봐~!!"
즐겁고 재미난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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